(누리일보) 오랜 시간이 지나 빛바랜 사진과 졸업장을 보면서 빛바랜 만큼의 시간을 거슬러 그날을 회고한다. 비록 개인의 자료이지만 시간과 의미가 더해지면 한 도시 역사를 증명하는 문화유산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 근대 학교, 철도 등 근대 문물과 사상이 유입되던 시기의 대구,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성장한 근대 지식인이자 예술인의 유물이 수리복원을 통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시민과 다시 만난다.
대구광역시는 5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대구예술발전소 3층)에서 ‘수리복원, 기억을 잇다_수리복원으로 돌아온 근대 문화예술 자료’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근대 문화예술 자료 14점을 수리복원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로, 대구시 문화유산과가 소장한 자료들을 대구간송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수리복원한 결실을 선보인다.
주요 전시 자료로는 ▲희원학교 진급증서(1917), ▲계성학교 졸업증서(1924), ▲일본 법정(호세이)대학(1936) 졸업증서 등 일제강점기 학제를 알 수 있는 진급증서, 졸업증서 등 12점과 동요운동의 산물인 ▲ ‘동요유희집’(1931년 추정)과, ▲가요곡집 ‘물새발자옥’(1939, 윤복진 작사, 박태준 작곡) 등이다.
이 자료들은 지난해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_동요의 귀환’을 통해 기증 당시 상태 그대로 공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리복원을 거쳐 온전하고 안정적인 보존 상태로 다시 시민과 만난다.
전시에서는 수리복원 전·후 상태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복원 이전의 사진을 함께 전시하고, 수리복원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번 수리복원은 대구간송미술관이 2024년 개관 이후 처음 진행한 ‘지역공헌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사업’이었다.
수리복원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실에서 진행했으며, 대구간송미술관 전시 기간 중 관람객에게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수리복원 과정을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수리복원 작업을 이끈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팀의 이하나 책임학예연구사는 “수리복원 과정뿐 아니라 그 결과까지 공개하는 전시는 매우 드물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수리복원의 의미를 알리고 시민들과 그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수리복원에 참여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리복원 과정에서는 대구광역시와 대구간송미술관의 긴밀한 소통과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수리복원 전에는 학예사들이 자료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수리복원 중에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최적, 최선의 수리복원 방향을 도출해냈다. 특히, 수리복원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도 진행됐다.
손상 상태가 심했던 가요곡집 ‘물새발자옥’의 경우 완전한 수리복원과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보강 복원에 대한 선택을 두고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유족이 직접 소장했다는 의미를 고려해 추가 손상 방지와 보강하는 방향으로 수리복원을 진행했다. 또, 앞표지 뒷면에 부착된 ‘물새발자옥’ 광고지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광고지 뒷면에도 온전한 형태의 광고가 남아 있음을 새롭게 확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재성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근현대문화유산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50년 미만의 근·현대의 문화유산까지 보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며, “대구광역시는 이보다 앞서 근현대 문화유산과 문화예술 자료에 대해 적극적인 발굴과 보존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수리복원을 통한 자료 보존의 실제 사례이자, 지역 문화기관 간 협력의 결실을 시민들과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